명심초감

역주 · 백운수단 광록 · 卷三 262

법화산거 십수

法華山居十首

262.1
한문山中閴爾若為論,歸隱來來絕異聞。多少尋幽人訪我,穿雲罕有不迷雲。
번역(1) 산속이 고요하니 무어라 말하랴. 돌아와 숨어 산 뒤로 다른 소문은 끊겼다. 그윽함을 찾아 나를 찾아오는 이 많지만, 구름을 뚫고 와도 구름에 헤매지 않는 이는 드물다.
쉽게 읽기(1) 산속이 이토록 고요하니 무어라 말하랴, 돌아와 숨어 산 뒤로 바깥 소문은 끊겼다. 그윽한 곳 찾아 나를 보러 오는 이 많지만, 구름을 뚫고 오며 구름에 길 잃지 않는 이는 드물다.
262.2
한문崕泉長遶艸堂鳴,每到中宵分外清,遠勢自然能斷續,誰誇品弄玉琴聲?
번역(2) 벼랑 샘물이 늘 초당을 감돌며 운다. 한밤이 되면 유달리 맑다. 멀리 흐르는 기세는 절로 끊겼다 이어지니, 옥 거문고 타는 솜씨를 누가 자랑하랴?
쉽게 읽기(2) 벼랑의 샘물이 초당을 감돌며 늘 울고, 한밤이 되면 유난히 맑다. 멀리서 오는 물소리는 절로 끊겼다 이어지니, 옥 거문고 솜씨를 누가 자랑하랴?
262.3
한문深溪雲散月重圓,靜看群波幌幌然。寒影凝時移不覺,團團忽照亂峰前。
번역(3) 깊은 시내에 구름 흩어지자 달이 다시 둥글다. 뭇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고요히 본다. 찬 그림자 엉겨 있을 때는 옮겨 가는 줄 모르다가, 둥글둥글 문득 어지러운 봉우리 앞을 비춘다.
쉽게 읽기(3) 깊은 시내 위로 구름이 흩어지자 달이 다시 둥글고, 뭇 물결이 일렁이는 것을 가만히 바라본다. 차가운 그림자가 엉겨 있을 땐 옮겨 가는 줄도 모르다가, 어느새 둥글게 어지러운 봉우리들 앞을 비춘다.
262.4
한문梅雨經旬不暫停,晴來萬里豁然青。山軒何事添餘興,依舊分明列翠屏。
번역(4) 장맛비가 열흘이 넘도록 잠시도 그치지 않더니, 개고 나니 만 리가 활짝 푸르다. 산집 마루에 무엇이 남은 흥을 더하는가. 예전 그대로 푸른 병풍이 또렷이 늘어서 있다.
쉽게 읽기(4) 장맛비가 열흘 넘게 잠시도 멎지 않더니, 개고 나자 만 리가 확 트이며 푸르다. 산방 툇마루에 무엇이 흥을 더하는가, 예전처럼 또렷이 늘어선 푸른 병풍 같은 산들이다.
262.5
한문春來溪水如苔綠,秋後山楓似火紅。度歲罕逢佳賞者,等閒輸我卓孤笻。
번역(5) 봄이 오면 시냇물이 이끼처럼 푸르고, 가을이 지나면 산 단풍이 불처럼 붉다. 해가 가도 제대로 즐길 이를 만나기 드물어, 외로운 지팡이 짚은 나에게 예사로이 넘겨준다.
쉽게 읽기(5) 봄이 오면 시냇물이 이끼처럼 푸르고, 가을이 지나면 산 단풍이 불처럼 붉다. 해가 바뀌어도 제대로 즐길 줄 아는 이 드무니, 그 몫은 외로운 지팡이 짚고 선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262.6
한문稚子騎牛過木橋,卓然頭角在危流。行歌行語如平地,慣後方能得自由。
번역(6) 어린아이가 소를 타고 나무다리를 건넌다. 우뚝한 두 뿔이 위태로운 물살 위에 있다. 걸으며 노래하고 말하기를 평지에서처럼 한다. 익숙해진 뒤라야 비로소 자유를 얻는다.①
쉽게 읽기(6) 어린아이가 소를 타고 나무다리를 건너니, 위태로운 물살 위에 뿔이 우뚝하다. 걸으며 노래하고 말하기를 평지에서처럼 하니, 익숙해진 뒤라야 비로소 자유롭다.
풀이 1
① 法華山居十首법화산 은거의 정취를 읊은 열 수 연작. ‘구름(雲)’에 자호 백운(白雲)을 은근히 걸고, 稚子騎牛(제6수)로 목우(牧牛)의 자유를 그린다.
262.7
한문野鳥㗸花久不來,幽庭無可污莓苔。瑩然宛似秋波色,來者無疑起浪堆。
번역(7) 들새가 꽃 물어 오던 일이 끊긴 지 오래다.② 그윽한 뜰에 이끼를 더럽힐 것이 없다. 맑기가 꼭 가을 물결 빛 같으니, 오는 이는 영락없이 물결 더미를 일으킨다.
쉽게 읽기(7) 들새가 꽃을 물어 오지 않은 지 오래니, 그윽한 뜰에 이끼를 더럽힐 것이 없다. 맑게 빛나 마치 가을 물결 빛과 같으니, 찾아오는 이는 틀림없이 물결 더미를 일으키리라.
풀이 1
② 野鳥㗸花(제7수)우두법융에게 백조가 꽃 바치던 일이 끊긴 정경(卷三 「偶作」 [217]과 상통). 자취 없이 맑은 경지를 보인다.
262.8
한문憧憧富貴與恩情,滿檐盈車日夜行。迴顧一盂兼一錫,誰知輕重不多爭。
번역(8) 부귀와 은정이 어지러이 오가며, 처마에 가득 수레에 넘쳐 밤낮으로 다닌다. 발우 하나 석장 하나를 돌아보니, 그 무게가 별로 다르지 않음을 누가 알랴.
쉽게 읽기(8) 부귀와 은혜와 정이 어지러이 오가며, 처마에 가득 수레에 넘쳐 밤낮으로 다닌다. 돌아보면 내게는 발우 하나와 석장 하나뿐, 그 무게가 별 차이 없음을 누가 알랴.
262.9
한문獼猴摘果恐人知,眼盻東西手暗移,冷地看時真可笑,無端之物解如斯。
번역(9) 원숭이가 과일을 따며 남이 알까 두려워한다. 눈은 이리저리 흘기고 손은 몰래 옮긴다. 차분히 보면 참으로 우습다. 까닭 없는 것(無端之物)이 이럴 줄을 아는구나.
쉽게 읽기(9) 원숭이가 과일을 따며 남이 알까 겁이 나, 눈은 이리저리 흘기고 손은 몰래 움직인다. 가만히 떨어져서 보면 참 우스우니, 까닭 없는 미물도 이럴 줄은 아는구나.
262.10
한문每見僧從絕頂還,區區未免足心酸,何當示與吾遊處,直得千峰不解寒。
번역(10) 스님들이 산꼭대기(絕頂)에서 돌아오는 것을 볼 때마다, 애쓴 끝에 발바닥이 시큰함을 면치 못한다. 언제쯤 내가 노니는 곳을 보여 주어, 곧바로 천 봉우리가 추위를 모르게 할까.
쉽게 읽기(10) 스님들이 산꼭대기에서 돌아오는 것을 볼 때마다, 애쓴 끝에 발바닥이 시큰거림을 면치 못한다. 언제쯤 내가 노니는 곳을 보여 주어, 곧바로 천 봉우리가 추위를 모르게 하랴.

광록 卷三 차례 (62편)

이 편의 낱말 1
  1. 鉢盂 발우

    승려가 밥을 받아 먹는 그릇이다. 범어 발다라(鉢多羅)를 줄인 '발(鉢)'에 그릇이라는 뜻의 '우(盂)'를 붙인 말로, 알맞은 양만 담는 그릇(응량기, 應量器)이라 옮긴다. 선문에서는 밥 먹고 발우 씻는 일상이 곧 도라는 뜻으로 자주 쓴다.

게송·시 偈頌주석 2낱말 1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저본

卍新纂續藏經 『白雲守端禪師廣錄』. 門人 處凝 編 · 序 太原 王孜

원문은 中華電子佛典協會(CBETA) 전자판을 따르며 CC BY-NC-SA 3.0 TW(비영리 · 같은 조건)로 싣습니다. 정자 · 표점을 일부 손질했고 고친 곳은 교감에 남겼습니다 — 저작권과 출처